2010 여름 휴가 - 강원도 겉핥기

2010년 여름의 휴가 시즌.
봄에 경주 이후로 여행을 가보지 못한 우리는 휴가만을 기다렸다.
 
여행의 테마는 강원도 탐방.(혹자는 '카지노 방문 후 일확천금 획득'으로 알고 있으나, 그것이 정확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그 느낌을 기록해 두고자 한다.



분주한 첫날 아침

예상 출발시간보다 늦게 일어난 미스리. 그녀의 번개같은 손놀림을 정확히 잡을 수 있는 카메라가 이세상에 있을까.

개포동에서 출발한 우리는 양재 IC에서 경부 하이웨이를 타고 가다가 영동으로 빠져 강원도에 입성한 뒤 중앙고속도로를 타는 
경로를 앞에 그리며 가져온 음악의 재생을 시도해 보지만, 오디오가 구운 MP3디스크를 거부한다. 음원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게 요즘 트렌드에 맞춰가는 듯하여 사물이지만 대견하다. 여행 간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DJ DOC의 새앨범과
김광석 베스트앨범, 그리고 모짜르트 태교음악 앨범... 아아. 여행이 끝날 때면 이하늘의 랩을 흉내낼수 있으려나.

혹시 알고 있는지. 여주 휴게소에는 여주의 명물 동전 야구게임장이 있다.
아래는 여행중에 잠시 휴게소를 들린 어느 홈런왕의 늠름한 뒤태. 시선처리가 아름답다.

 
일요일 오전에 고속도로는 한산하였다. 한껏 신나게 노래부르고 이야기하며 점점 강원도로 다가서는데,
역시 강원도의 자연. 길 따라 점점 그 멋을 더해간다.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나와 영월을 지나는데 동강을 한번 보고 싶었다.
동강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한국지리 교과서에 실려 있는 한반도지형 사진. 그리고 레프팅.

동강을 옆에 두고 달릴만한 드라이브 코스는 영월에서 어라연까지 가는 길이다.
어라연은 어린 나이에 죽은 단종의 혼령이 이 곳의 빼어난 경치를 보고 여기서 신선처럼 살려고 했는데, 이때 물고기들이
줄을 지어 반겨 그 일대가 마치 고기 비늘로 덮인 연못과 같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이름이 참 멋드러진다.

동강을 옆에 두고 천천히 운전하면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하면 완전 오버하는 것일까나.
그냥 느낌이 그러했는데, 아직 못가보신 분이 있다면 한번 느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플라잉 낚시하면 '흐르는 강물처럼'의 브래드 피트가 생각나시는 분들도 한번 가보시면 
반짝이는 물결 잘박잘박 밟으며 번뜩이는 낚시줄을 여유롭게 던지시는 한국의 브래드 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이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 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

정작 어라연을 보러 갔는데, 어라연 입구까지만 차로 갈 수 있고, 그 너머에 약 3시간 가량의 왕복 하이킹 코스가 있어서
어라연은 과감히 포기하였다. 날씨와 시장기가 큰 몫을...

배는 고프지만, 명색이 여행인데 현지인들만 알고 있는 비밀의 맛집을 갈 순 없고, 관광지의 유명한 맛집 찾아가서 
바가지 좀 써주는 것이 예의 아니겠어?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나온 고씨 동굴 앞 맛집.
관광지 맛집 별거 있겠냐만은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훌륭한 편이였다.

먹고 나오니 분수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타는 듯한 더위에 열심히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의 동심 가득한 눈동자에 타이밍 좋게 무지개님 한번 출연해 주셨으면.. 하고 
바랬는데 아쉽게 끝내 나오지 않더라. 요즘들어 부쩍 내 눈에 보이는 영유아들, 그리고 와이프의 부른 배.

고씨동굴. 영월군 하동면 진별리에 있는 석회암 동굴인데, 임진왜란 당시 왜병과 싸운 고씨 패밀리가 그 동굴로 피신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약 4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한다니 놀라울 따름. 하지만 관람 시간이 맞지 않아 입장은 못하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 후 다시 국도를 타고 숙소인 강원랜드 호텔에 도착. 수많은 차들에 한번 놀라고, 발레파킹(15,000원) 맡기기 싫으면
오르막 도보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차를 파킹한 후(바로 앞 주차장은 만차)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오라는 호텔측 말에 또 한번
놀라고... 그래도 방에 들어가니 전망도 좋고, 깔끔하여 다시 헤헤 여행이다 모드로.

저녁을 강원도의 명물 '안심' 크림 파스타로 달래고, 호텔 외부 호수 주변에서 여름 기간에 분수쇼와 불꽃놀이를 한다는데 산책하다
그거나 볼까 하는 심정으로 나갔다.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니 오 이거 좀 흥미로운데 하면서 서성이다가 정말 운좋게 호수 정중앙
바로 코앞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나중에 쇼를 감상하고 알게 된건데, 이건 머 거의 세종문화회관의 VVIP석과 공연 무대 사이에
간이의자를 설치하고 본 것과 진배없는 대박 자리 수준이었다. 

(이 사진은 분수쇼 시작전 조명장치 점등시 찍은 사진. 흔들렸으니 클릭하지 마세요...0.0) 

 

바로 머리 위에서 터지는 불꽃놀이를 처음 봐서 그런가 너무 황홀한 경험이었던 듯.

그 후에 카지노 방문. 여행객으로서 관광차 들린 것이지 절대로 지난 번 친구들과 왔을 때 맡겼던 돈을 찾으려고 들어간 것은
아니였다. 블랙에 걸어서 3만원, 2/3의 확률에 걸어서 2만원, 기계로 조금 돈을 벌었지만, 나중에 다시 올 때를 대비하여
땄던 돈과 그 이상을 다시 맡겨두고 나왔다. 너무 맡기고 나왔나 어찌나 홀가분 하던지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다음 날 아침

강원메리칸 스타일로 조식 식사 후에 산책. 아무리 봐도 잘 꾸며놓은 듯. 아침부터 눈에 불을 키시고 정원을 가로질러 카지노로
출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제외하면... 또 카지노 안에 그런 분들이 많은 포션을 차지하고 있다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12시 체크 아웃 후 사북을 빠져나오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조금 애를
썼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잊지 못할 추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출발.

목적지는 화암동굴.
화암동굴로 가는 길은 그 유명한 소금강이다. 흐익! 바다와 멀리 떨어져있는데 물에서 짠맛이 나니 그것이 신기해서 붙인 이름일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추리력만 인정. 사실은 금강산과 같은 절경이라고 하여 작은 금강, 소금강이 된 것이다.
소금강은 화암8경 중 6경, 화암동굴로 향해 가던 중 너무도 길이 아름다워 사진이나 찍으려는 마음에 차를 세웠는데,
역시나 그곳이 바로 소금강이었던 것. 경치를 즐기는 수준이 어느정도 인정받은 듯 하여 기분이 마냥 좋았다.

(소금강의 '소'자에서 'ㅗ' 는 어떤 피치못할 연유에서 양끝이 올라갔을까 심히 궁금.)

화암동굴은 무려 화암8경 중 4경, 중추적인 미들을 맡고 있는 절경으로서, 금광산과 자연석회동굴이 공존하고 있다.
일제시대 때 이곳의 광물을 캐기 위해 어떠한 작업들이 이루어졌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원본 그대로 보관이 되어 있는 갱도도 있고, 인형으로 재연도 해 놓았다. 대단히 교육적인 관광장소.
후라쉬가 없는 카메라가 한없이 아쉬었지만 인증샷으로 한개만 첨부. 

마네킹이 워낙 격렬하게 작업하는 통에 흔들리는 그 모습 그대로를 카메라로 담을 수 있었다. 이 생생함이란.
나머지는 이곳에서 절경을 감상하세요. 제가 찍고 싶었던 바로 그곳 사진입니다. 

정말이지 동굴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한겨울 처럼 벌벌 떨었다.
다른 관람객분들은 센스있게 긴팔도 가지고 오시고(물론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우리처럼 뼈속 깊은 추위에 탄성을 지르며 
한여름을 축복하였다.) 했던데, 안에선 무지 춥고, 밖에 나오자마자 급격한 기온 변화. 나와서 기분좋게 한 장 찰칵.

최초의 계획에는 아우라지 탄광 쪽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도 있었지만,
그곳의 인기를 전해 듣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실제로 포기하지 않았어도 타지 못했다.
휴가철 인기 아이템이라, 인터넷으로 1주일 전쯤에 예매가 완료 되고, 현장 발매 또한 당일 새벽에 동이 난다고 한다.
그것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최대한 빠른 클릭이 필요할 듯.

오늘 길에는 그 유명한 강원도 횡성에 들려 한우를 먹었다.
서울 촌놈으로 분류되어 현지인은 상상하지도 못 할 바가지를 옴팡 쓴 것인지, 
아니면 횡성 한우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비싼 것인지,
대체 두가지 중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잘 구어진 등심 한입 베어문 순간 머리속에 무슨 고민이 있었는지도 잊게 되었다.
내게 온 한 점의 고기에 그저 몸이 반응하고 있었을 뿐.



에필로그...

여행은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다닐 때 그 맛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어찌보면 특별한 것도 없는 미지근한 여행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1박 2일 내내 한시도 내 곁에 있어주었던 든든한 
동반자가 있어서 그 어떤 여행보다도 더욱더 즐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덥고, 이동시간이 길었던 빠듯한 일정에 불평 한마디 없이 나와 함께 해준 경진양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여행기 끝! The END 

by 봉봉 | 2010/08/12 03:16 |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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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서충현 at 2010/08/28 13:32
나도 약 1년전 루이지애나의 어느 카지노에 500불 정도 맡겨두었던 기억이 있네.
근데 왜 암만봐도 니 바지가 내 나이키 수영복이랑 같아보일까!!
새벽에 너의 글을 보니 오늘따라 우리 함께 노라죠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 시절이 그립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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